10년 전에 제가 처음으로 국경 너머 분쟁 현장으로 가기 시작했을 때,
많은 분들이 저에게 하셨던 질문이네요.
지금 세계는 글로벌 시대, 지구시대라고 얘기합니다.
우리나라 경제의 78%정도가 수출 경제이고,
지금 우리가 먹고 쓰고 입는 모든 생활물자는
최소 50여개 국의 노동을 거쳐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그렇게 세계경제 구조에 편입되어 있는 것이죠.
67억 인류의 눈으로 보면, 한국은 최상층에 속합니다.
한정된 지구자원과 세계화한 경제구조 속에서
누군가의 풍요는 다른 누군가의 궁핍을 전제로 합니다.
그래서 지금 시대는 우리에게 ‘자기 존재의 발 밑을 돌아보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구시대에 성숙한 인간성은 이제 국경 너머에서만 가능합니다.
자기 가족, 자기 자신에 대한 관심은 날 때부터 타고 나지만,
다른 사람, 국경 너머 공존하고 있는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을 나누는 능력은 공부해야 합니다.
그리고 누군가 먼저 실행을 해야 합니다.
과거 한국이 아주 가난하던 시절에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룰 때도
국경너머 사람들의 지원과 도움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이제 한국인은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 성취한 자부심을
새로운 책임의식으로 전환하여 인류 앞에 서야 한다는 부름을 받고 있습니다.
가난과 분쟁에 울고 있는 나라는
우리가 넘어서 온 과거의 모습이 아닙니다.
그들은 우리 미래의 거울입니다.
자신이 성공했다고, 개천에서 용이 났다고 해서,
이제 그들의 모습은 내가 극복한 과거라고 하는 자의 앞길에는
하늘이 있다면 성공의 복수를 예비해두실 것입니다.
이 세계에 가난하고 힘 없는 사람들이 절대 다수입니다.
히말라야 산봉 하나가 생기기 위해서는 수많은 산맥이 필요하듯이,
모두가 자신이 잘난 줄 알지만 사실 그게 아니잖아요.
한국 사회에서 제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권력이 하나 있는데요,
나눔문화의 빈민 지역 아이들의 문화체험 학교인
<나누는 학교>의 교장을 7년 째 장기 집권하고 있습니다. (웃음)
이 아이들이 치유되기까지 저는 딱 두 가지만 했습니다.
한 가지는 농사 입니다. 그리고 글로벌 평화나눔 교육을 시켰습니다.
다녀왔던 현장의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가난하다고 주눅 들어있던 아이들이
이런 친구들도 있구나, 내가 도와주어야겠다고 열심히 농사를 지어서
길거리에서 나눔 고구마를 팔더라구요.
그 수익금은 모두 레바논의 최대 팔레스타인 난민촌
‘아인 알 할웨’에 세운 <자이투나 나눔문화 학교>에 보내졌습니다.
올해는 <나누는 학교> 7년 만에 첫 번째 졸업생이 나왔는데,
이 아이가 회원가입을 하더라고요.
저에게 정말 많은 사랑을 주셨는데, 제가 받은 사랑을 이제 나누겠다고요.
비록 이 아이들의 학교 성적은 남을 받쳐주는 피라미드 밑돌이지만,
이렇게 성숙한 마음과 스스로 행복하고 자립할 줄 아는 능력을 볼 때마다
저는 교장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